본격협동조합만들기제안서 연습장

올 한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배추값 파동이었다. 천정부지로 솟아오른 배추값, 학교의 학생식당 마저 김치를 깍두기로 대체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 같은 어려운 시기에 홀연히 그 위풍당당한 가격 안정성을 자랑하며 모두의 관심을 끈 공간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생협”이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그 안정성과 신뢰로 만인의 관심을 끌고 2년 만이었다. 생협, “생활협동조합”의 준말. 생활 영역에서의 협동조합. 대체 생협은 무엇인가?

하지만 이 글은 생협의 가치와 이념, 운영방법과 특징, 그 가능성으로부터 시작하여 “우리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 생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건강한 먹거리 소비 운동을 통해 생산자도 소비자도 행복한 사회를 만듭시다.”의 이야기가 아니다. 분명히 말하자면 이 글은 본격 협동조합 만들기를 통한 청년세대의 독립 가능성을 타진하는 글이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 말하자면, 생협은 “생활협동조합”의 준말이다. 협동조합의 구조를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소비영역을 비롯한 생활 전반에 대한 공동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운영된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사실 주변에서 꽤 많은 협동조합과 접하고 있는데, 이미 이야기 한 생“협”이 그렇고, 농“협”이 그렇고, 수“협”, 축“협”도 있고, 심지어 재개발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협동조합”을 구성한다. 하지만 이 중에는 ‘왜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을까?’ 싶은 농협과도 같은 가치지향이 사라진 조직도 있다. 헷갈리면 안 된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는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구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손을 잡은 사람들의 자치적인 조직”이다.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출자를 하고, 출자를 한 조합원은 1인 1표의 권리로 민주적 운영에 참가한다. 함께 모은 출자금으로 생산수단을 비롯한 조직의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한다. 협동조합 자체는 공동의 소유물이다. 협동조합에는 주식이 없고, 주주가 없고, 사용자와 노동자가 분리되지 않는다. 오로지 조합원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조합원은 조합을 함께 소유한다.

어쨌든 생협의 가능성이니, 협동조합의 원칙이니 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 하기로 한다. 더 많은 자료는 인터넷 검색 한번으로 훨씬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찾아볼 수 있고, 협동조합의 원리는 인터넷으로 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영역이다. 혹시 흥미롭게 접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면, 2008년에 제작된 「KBS 스페셜 - 오래된 미래, CO-OP, 볼로냐·부산 두 도시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이 영상을 보면 배춧값 파동과 생협, 협동조합의 가능성 등등의 모든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본격 협동조합 만들기를 제안하는 글이다. 협동조합이라는 것은 원리적으로 전혀 어렵지 않은데, 그 실험이 어렵고, 경험이 낯설다. 두레니, 품앗이니 하는 익숙하고 흔한 단어들도 협동조합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다. 그 시작은 함께 일하는 것이고, 협동하는 것이고, 상생하는 것이고, 뭐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쉽지 않은 것은 함께 일하는 것이 어렵고, 협동하는 것이 어렵고, 상생하는 것이 어렵고, 뭐 그런 것들이 다 어렵기 때문이다. 분명 이것은 연습이 필요하긴 하다. 자칫 무모한 시도는 농협(농업협동조합)과 같은 협동조합을 양산할 수도 있다. 이미 한국의 많은 생산협동조합들은 문을 닫은 경험이 있기도 하다.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것 재미있지 않겠는가? 뭐든 하고 싶은 친구들이 모여서 출자를 하는 거다. 100명 정도를 모아보고, 10만원씩 출자금을 받자. 그렇다면 1000만원. 그래서 뭔가 그 돈으로부터 생산수단을 대여하거나 구입하여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중 몇몇은 실제로 생산공장의 노동자가 되어 취직하기도 하고, 몇 사람은 그 생산물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소비자가 된다. 잡지도, 빵가게도, 음반도 가능하다. 헌법에서 협동조합의 장려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전해지는 매우 훌륭한 유럽의 어떤 도시의 어떤 협동조합은 반도체까지 가능하다고 하고,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세계적인 경쟁력까지는 크게 필요하지 않으니 더 부담없다.

말은 쉽지만, 역시 어려운 것은 이렇게 같이 소유한다는 것이 어렵고, 같이 결정한다는 것도 쉽지 않고, 같이 일하는 것조차 난해하기 때문인데,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내 것을 소유하고, 자기 영역을 보호하려 하고, ‘토론’은 싸우는 것이라고 정서적으로 익혀왔기 때문에.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좋겠다. 같이 살아보기도 하고, 같이 일해보기도 하고, 계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수업 조모임에 진심으로 임하는 임파서블한 미션에 도전해보며 협동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문득 “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고 결의하는 것이다.

‘아아, 그래 무조건 협동조합이야!’ 라고 마음먹지 않아도 좋다. 아쉽게도 여전히 우리에게 협동조합은 낯선 언어이고, 그 언어를 가득 채운 협동과 상생은 더욱 생소하게 ‘느껴지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요점은 미친 세상에서 우리가 독립할 수 있는 방법에 함께 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도 하나 있다는 것이고, 장난이 되더라도, 실패가 되더라도 “야, 이거는 한번 협동조합 만들어보자.” 고 낭창낭창 외칠 수 있게 되자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평생직장을 얻어 좋은 집과 좋은 차, 비행기 마일리지와 로밍서비스가 일상이기를 꿈꾸지 않는다면, 한 지역정도의 규모에서 지역에서 순환할 수 있는 규모의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는 협동조합을 스스로 만들고, 거기서 일하면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는 삶을 꿈꿔본다면, 협동조합은 꽤 최적화 되어있다. 어차피 지구 기름은 곧 떨어진다.

오늘부터 진로를 고민하고 취업을 고민할 때 생각할 것이 하나 더 늘어났다. ‘협동조합’을 만들어보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해보기를. 곧,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에도 ‘협동조합 조합원’이 등장할 것이다.


덧글

  • ssugi 2011/02/09 18:12 # 삭제 답글

    이 글에 공감합니다. 이와 비슷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기위해 복사 좀 해 갈께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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