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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는 마음이 예전처럼 가볍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아버지와 형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굴뚝 같지만, 왠지 모를 그 무거움. 형에 대한 미안함과 아버지에 대한 걱정, 엄마 생각. 모든 것이 뒤엉켜서, '아, 예전같지 않네.'라고 생각하게 되었었다. 그런데 역시 집은 좋구나. 이 집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세 부자가 살아가는 집으로. 아직은 많이 어색하고 낯설지만, 그래도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아버지도 많이 노력하시는 것 같다. 형도. 그리고 나도. 컴퓨터를 하는데, 아버지가 방을 쓰신다. 빨래를 널고, 개고. 화장실을 청소 하시고. (이 역할을 아버지가 하시는 것에 익숙하지 않음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지만, 일단 지금 내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의 나의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의 역할에 대해서 말로 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가져가고, 풀어놓고, 그렇게 바뀌어가는 것 같다. 아직 어색하고, 낯선 공기지만, 그래도 좋은 공기다. 집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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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20일 월요일 밤 10시 30분 차를 예매했었다. 10시 20분에 승차장으로 갔는데, 마침 10시 20분 차가 출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10시 30분 차를 기대에 차서 기다렸건만, 차는 11시 40분이 넘어서 들어왔다. 고속버스터미널은 엄청난 혼란. 남원만 해도 1시간 한대꼴로 배차되던 차가 10분에 한대로 증차되었고, 옆에 있는 순천가는 차는 5분에 한대씩 출발하도록 배차되어 있었다.(하지만 사실은 5분에 한대꼴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터미널은 마비가 되는 것이다.) 와, 이렇게 모조리 빠져나가는 서울은 제법 살만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 이 상태로 딱 고정되어버리면, 누군가 하늘에서 풀 같은 것을 뿌려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면, 이 한국이라는 곳도 좀 골고루 살게 되겠구나, 싶었다. 어쨌든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전국의 모든 45인승 버스들이 모이고 있는 것 같은 그 고속터미널의 풍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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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결국 마음의 표현인데, 형식만이 남았다면, 처음의 그 마음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형식은 결국 마음의 표현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잘 인지할 수 있다면, 형식에만 집착한다거나, 그 형식을 막연히 경시한다거나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차례를 모시면서 아버지랑 나눈 이야기이다. 각종 의례, 종교의식, 이 사회 다 같은 시선에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얼마나 형식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자유롭다는 것은 그것을 단순 경시하지 않는다는 것도 함께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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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추석에는 송편을 한번 해봐야 겠다. 올해 추석은 그러고보니 송편이 없었어. 왠지 사기는 싫었고, 귀찮기도 했고. 엄마가 있을 때의 우리가족은 송편을 매년 한다는 것이 나름의 자랑 같은 것이었는데.
- 2010/09/2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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